[one-trend-a-day] 오백씨 칼럼
그간 격조하였읍니다.
가장으로서 추석연휴 내내 집에 붙어있지 못하다 보니 연휴 이후에도 널부러져 원 트렌드 어 데이란 취지에 걸맞지 못하게 이제야 다시 시작해 봅니다 ㅎ 블로그 취지를 좀 게으르게 바꿔야겠어ㅎ
이미 이 블로그에서 몇 번 다루었던 주제가 있다. 바로 체육단체들의 잇단 구설수인데, 이미 파리 올림픽 이후 안세영의 배드민턴협회 폭로를 시작으로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및 총체적 행정 문제를 지나 상기 단체들을 포괄하는 대한체육회와 주무기관 문화체육관광부의 알력까지 정말 쉬지 않고 체육 관련 문제가 터졌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자체 조사하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고 체육계 전반의 해묵은 이슈들이 정치권까지 번지고야 말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9월 5일자 회의를 통해 대한체육회부터 대한축구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이슈에 대한 진상 파악을 위해 관련자 총 33명의 증인 및 참고인을 채택하였다.
놀라웁게도 대한축구협회는 국회 요구자료 요청을 개인정보 등의 이유로 거부하였다. 8대 대기업도 털어버리는 곳이 국회인데 이 무슨 깡인가. 그리고 마침내 9월 24일 현안 질의 a.k.a. 청문회가 열렸다. 주요 증인 및 참고인은 아래와 같다.
- 축구 증인 : 정몽규 회장, 이임생 이사, 정해성 이사, 홍명보 감독, 박주호 이사
- 축구 참고인 : 박문성 해설위원 등
- 배드민턴 증인 : 김택규 회장 등
- 배드민턴 참고인 : 차윤숙 감독 등
- 체육회 증인 : 이기흥 회장 등
- 문체부 증인 : 유인촌 장관, 장미란 차관 등
현안 질의가 시작되자 재미있는 점이 있었다. 국정감사는 아니지만 예전에도 국정감사나 현안질의 때 국회의원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들어와서 억지만 쓰고 소리만 지르는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선수 출신 국회의원인 임오경(민주당) 의원은 협회 편을 들고, 진종오(국민의힘) 의원은 언변이 조금 부족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비선출인 강유정, 양문석, 조계원(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승수, 배현진(이상 국민의힘) 의원은 준비를 아주 충분히 해 온 티가 났고, 특히나 강유정 의원과 배현진 의원은 발언 내내 아주 효과적으로 공격하였다. 논리로 압~쌀! 게다가 이번 제일 큰 현안인 축구 감독 선임과 관련하여 정몽규-이임생-홍명보가 서로 말도 맞지 않았다.
정몽규는 말을 계속 더듬으며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홍명보는 본인에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으며 이임생은 감정에 호소하려다 실패하였다. 오죽했으면 전재수 위원장이 "여야가 한 목소리로 질타하는 모습은 3선을 하는 10년간 처음이다"며 쐐기를 박았다.
한편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문성 해설위원은 작심하고 나온 듯 중간중간 발언 기회가 올 때마다 지금까지의 사고들을 꺼내면서 본인의 직업이 위태로워질 각오를 하고 증언하였고, "이렇게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이 많은 문제들이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것"이라며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삶을 살고 있구나, 그래서 우리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구나" 라며 매우 강도높게 비판하였다.
이기흥 회장도 4선 때문에 유인촌 장관과 이미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상황. 심지어 체육회는 인천공항에서 선수단 해단식을 준비해놓고 유인촌 장관이 온다고 하니까 선수들이 이동이 불편하고 피곤해서 취소했다는 주장이었는데, 패럴림픽 선수들도 해당 자리에서 해단식을 했고, 입국장과는 도보 1분 거리였다.
이번 질의에서도 이기흥 회장은 직원에게 "(유인촌)장관이 해단식 참석하면 (체육협력관) 당신을 인사이동 시킬 것"이라고 폭언한 사실이 없다고 했으나 현장에서 해당 협력관 본인이 폭언을 당했다고 바로 증언하여 웃음거리가 되었다.
게다가 이기흥 회장이 문체부를 비난했다는 기사를 부정하자 박정하 의원은 사과하지 않으면 녹취록을 틀겠다고 하여 이기흥 회장은 바로 사과를 하며 태세전환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나칠 수 없다며 녹취록을 틀어버려 제대로 한 방을 날리기도 했다.
놀랍게도 배드민턴협회는 이미 문체부의 내부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한 상황이었으나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은 계속해서 문제의 원인이 엘리트 선수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이들 때문에 협회가 발전을 못한다는 스탠스를 계속 고집스럽게 유지했다. 의원들과 질의 시 자기 할 말만 반복하여 논박이 되지 않아 답답해 하는 의원들은 덤. 후원 물품을 목록에 등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는 것을 보면 (심지어 증거도 많이 남김) 무얼 잘못했는지도 모르는데 고집은 센 제일 질이 나쁜 상황이고 제일 크게 얻어맞지 않을까 싶다.
이제 10월 2일 유인촌 장관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했고, 10월에는 국정감사도 있으므로 이렇게 터진 문제들이 수면 위에서 본격적으로 재단을 받는 시기가 올 것이다. 지금 이렇게 문제가 시끄러울 때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체육은 더욱 퇴보할 것이다. 새로이 반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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