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trend-a-day] 오백씨 칼럼 240928
2024년 9월 27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직선제로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뽑지만 일본의 경우 의원내각제이기 때문에 총리는 의회에서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간선으로 선출된다. (참고로 미국은 대통령제 국가 중 유일한 간선제)
거기에 일본은 다당제이긴 하지만 몇 번을 빼면 70년간 거대 여당 자민당의 세가 과반을 훌쩍 넘고 있기 때문에 10월 1일 의회의 내각총리대신 선거는 사실상 단일과반여당인 자유민주당의 총재가 지명된다. 따라서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가 사실상의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자리인 것.
총 9명의 최종 후보 중 1차 투표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자 펀쿨섹 밈으로 유명한 고이즈미 신지로 후보는 3위로 낙선하였고(속내를 알 수 없는 무서운 사람이고 조만간 총리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예전부터 온갖 어그로를 다 끌어서 우리나라에서 최고 밉상인 고노 다로는 8위로 낙선하였다.
1차투표는 과반을 넘은 후보가 없어 1위인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와 2위인 이시바 시게루 후보는 결선투표에서 단둘이 맞붙었고, 결과는 이시바 시게루의 승리.
일본 정치인들이 다 한국과 친하기 어렵기야 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가 조금 더 매파로 분류되어 라인 압박 사태를 막후에서 이끌었다는 얘기도 있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주장하고 지금까지 대한 강경 스탠스를 많이 보여준 인물이라 상대적 비둘기파인 이시바 시게루가 차라리 한일관계엔 나을까? 너무 가벼운 추측이긴 하다.
이시바 시게루를 흔히 4전 5기 비주류 온건파라고 한다. 성을 세게 발음하면 한국에선 욕설같으므로 주의하자.
그는 돗토리현 지사이자 국회의원 이시바 지로의 늦둥이 아들로 태어나 미쓰이은행 행원 생활을 하다 아버지 사망 후 아버지의 친구였던 그 유명한 다나카 가쿠에이의 부름을 받고 정계에 입문한다.
이후 돗토리현 제1선거구에서 40년간 12선(...)을 역임하며 일본 정치의 특징인 세습 의원과 비슷하게 정치가를 가업으로 이어 왔다.
자민당 내 온건파이지만 당정과 궤를 달리하지는 않으므로 일본의 보통국가화 - 자위self-defence대 부정, 정식 군대 재창설 - 및 소비세 인상에 찬성하며 일본 내 최대 극우 단체인 일본회의 소속이기도 하다.
여기엔 현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와 전 총리인 탕탕 아베 신조도 포함되며, 그 외 아소 다로나 스가 요시히데, 이시하라 신타로 등 쟁쟁한 네임드(...)들이 소속되어 있다.
다만 주변국과의 우호를 중시하기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안 한다는게 다행일까 싶은 정도. 한일 지소미아 종료 시에도 자국의 전쟁 책임을 원인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아무튼 4전5기 끝에 당선되었는데 그동안 국민적인 인기와는 반대로 아베 신조나 스가 요시히데의 방해에 밀렸으나 기시다 후미오의 지원과 고이즈미 신지로와 고노 다로의 세력을 합쳐 다카이치 사나에와 현재 자민당의 왕처럼 군림하던 아소 다로를 이길 수 있었다.
이시바는 원래 평당원이나 일반 국민 사이 인기는 꾸준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민당 내 파벌 싸움에서 이겨야 총리가 되는 특성상 동료 의원들의 표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이시바는 부족했다고 한다. 증언들도 수두룩함
- 회동에 초대해도 안 온다 - 아베 신조
- 10년간 얘기한 적이 없다 - 아소 다로
-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 고노 다로
- 각료실에서 말고는 대화한 적 없다 - 스가 요시히데
게다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인데.. 그는 바로..
오타쿠
아니 진짜로;
프라모델 조립 완성은 중학교때가 마지막이라고 했으면서 본인이 방위성 장관을 할 때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문하자 1미터짜리 러시아 전함 프라모델을 조립해서 보여 준다던가 (물론 장관실에 미국이나 일본 배 모형 일색이니 손님 국가의 배를 놓아 두고 환대한다는 고급 의전이었다)
게다가 철도 덕후라 보통 지방 의원들이 도쿄에서 지역구로 갈때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일본은 영토가 좁고 길어서 국내선도 기차보다 비행기가 유리한 경우가 잦다) 이시바는 기회가 되면 2시간짜리 비행기 대신 9시간짜리 야간열차를 타고 다닌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4전5기로 권토중래한 오타쿠 지한파 국민호감 총리대신의 미래는 어떨지 지켜보자.
[추가] 10월 1일 내각총리대신 지명선거를 거쳐 정식으로 102대 내각총리대신에 취임했다. 이시바 내각은 수상관저를 통해 "국민의 납득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치를 실현해, 일본을 지키고, 국민을 지키고, 지방을 지키고, 젊은이·여성의 기회를 지킨다. 모든 사람에게 안심과 안전을 가져다주는 사회를 실현한다."고 각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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