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trend-a-day] 오백씨 칼럼 240906
다소 유명한 어그로 문구를 가져와서 제목에 써 보았다. 팬들에게 책임이 어디 있나 다만 아쉬울 뿐이지.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가다듬어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2020년대 초반 대한민국 성인 A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역대 최고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름값으로만 보면 필두에는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이 있으며,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지나며 수많은 유럽파가 배출되었고, 국내에서도 우수한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역사상 구슬이 가장 많은 때이다.
아무리 빛나고 우수한 선수여도 결국은 사람이고 선구 입장에서 넓은 그라운드 안에서의 시야와 서로 엮이는 전술적 움직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러 스포츠 중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매우 크며, 같은 팀 구성이어도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선수의 가용 여부 및 팀 컬러, 스타일이 아주 크게 달라진다. 구슬을 꿰는 사람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파울루 벤투 - 위르겐 클린스만 - 홍명보(2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감독 건임 사가에 대해 너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련의 감독 선임 과정에 진통이 많았기에 정몽규 회장의 대한축구협회도, 홍명보 감독의 A대표팀도 여론 반전용으로 대승이 필요했다. 상대는 피파랭킹 90위권의 팔레스타인이며 대한민국 홈 경기라 아주 좋은 상황. 하지만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았다.
총체적 난국
경기 이후의 감상은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쿠팡 플레이에서는 엔딩송으로 '제자리 걸음'을 틀었을 만큼 라이트 팬들에게도 심각한 경기였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전혀 뚫어내지 못했고, 공은 무의미하게 돌기만 했다. 흔히 말하는 U자 빌드업 - 수비를 뚫어내지 못하고 옆공간으로 무의미한 크로스 등만 시도하느라 점유율만 높아지는 현상에 대한 멸칭 - 모습이 많이 보였다.
U자 빌드업이 나쁜 것은 아니다. 정면에서 밀집 수비가 단단하면 측면을 공략해야 하는 건 당연한 순서이다. 하지만 측면을 흔드려면 빠른 속도와 공간 침투를 통해 수비 라인을 지속적으로 흔들어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이를 위해서는 세세한 전술 훈련이나 크랙에 의한 개인 기량 돌파가 필요한데 전술도, 선수 능력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남은 것은 선수들의 이름값과 지리멸렬한 전략운영 뿐이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은 전쟁 중인 국가로 훈련도 제대로 못 하는 팀이다. 특히나 경기 MVP를 받은 팔레스타인 골키퍼 선수는 근 1년간 무적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실전 경험도 없던 선수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팔레스타인이 최근 복병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는데 만만히 보고 분석을 하긴 했을 지 의문이다.
KFA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1기 때부터 논란이 많지만 끊임없이 협회에서 비호했던 (그리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감독의 2기 첫 경기.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단순히 응원하러 온 것일까 승리 후 여론 반전 및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온 것일까? 이제는 한두명의 대오각성 수준이 아니라 환골탈태, 팬과 협회 자체부터 뼈가 바뀌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 대표팀은 지난 2005년부터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당연히 큰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축구와 한국 축구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아주 명확하다. 예전에는 일본이 패스 플레이 위주로 경기를 만들어 가고 대한민국의 피지컬에 밀리는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피지컬, 개인기 모두 전혀 밀리지 않는다.
게다가 단순히 개인 기량 육성에서 끝나지 않는다. 협회 차원에서 초장기 플랜을 갖고 대국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리그에 대한 육성 노력과 지도자, 전술 강화 계획들을 수립하여 차근차근 진행했고,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 대한 장기 신임을 시작으로 (해당 감독의 명장병에 대한 의문은 접어두더라도) 목표 제시 20년 후 일본은 지난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잡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러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협회는 수십 년째 축구 관계인, 은퇴자들의 현상 유지 기관으로만 작동했고 발전은 없었다. 일부 아웃라이어 선수에 대해 의존만 하는 "해줘 축구"로만 근근히 버텨 왔기 때문에 특급 선수가 해주지 못할 때 침몰해버리는 내용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강팀을 이길 수 없고 약팀은 체급으로 누르기만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어찌보면 당연하다 2024년 현재 나 포함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모두 하던 일만 하고 싶어하지 귀찮게 또 일하는 습관을 바꾸고 다시 처음부터 배우고 싶어하지 않는다. KFA라고 우리랑 다를까? 옛날 모 철학자는 "모든 국민은 그에 걸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논란이 있는 말이지만 대한민국이 축구 정치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도 일부 있을 수 있다. 우리부터 바뀌고 개별 경기 승리에 집착하지 말고 그들을 압박해 보자. 팬에게 책임은 없다. 다만 우리가 변화에 대한 압박을 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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