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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IT

[잡학] PC주의란 뭘까? 콘코드로 보는 게임계 PC의 현재

[one-trend-a-day] 오백씨 칼럼 240905

Concord (c)SCE

게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오버워치, 에이펙스 레전드 등의 Hero Shooting FPS 장르의 게임이 있다. 히어로 슈팅이란 쉽게 말해서 "특성이 서로 다른 캐릭터를 골라서 하는 단체 총싸움" 게임인데, 팀 포트리스나 오버워치 등이 대중화에 기여하였다. 각 게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별도의 포스트로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그리고 2024년 8월 23일. Concord라는 개발기간 8년과 개발비용 2억 달러 전후로 추산되는 초대작 AAA게임이 출시되었으나... 최대 동시 접속자 단 697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며 2024년 9월 6일, 단 14일만에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 평범한 게임성
게임성 그 자체 GOAT (c)任天堂

2억 달러를 들인 AAA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점이 없었다. 이는 2020년대 들어 나오는 AAA급 게임들의 공통점이기도 한데, 화려한 그래픽과 새로운 게임 엔진, 기술로 무장하고 개발되는 만큼 개발비는 올라가지만 과연 게임성이 - 순수한 재미 - 첫째로 고려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게다가 히어로 슈팅 장르 자체도 오버워치 이후로 에이펙스 레전드, 레인보우 식스 시즈 정도만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여 살아남았을 뿐 나머지는 자기만의 게임성을 갖지 못하고 아류작A 정도만 된 채 사라져갔다. 즉,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이 게임만의 매력적인 특성이 없었다.

2. 진입 장벽
No Entry (c)copyrightfreepictures

당연히 첫 번째 문제는 PSN이다. PSN이란 PlayStation Network의 약자로, 독자규격과 폐쇄형 생태계를 지향하는 애플? 소니의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온라인 서비스이다.

여타 소니의 라이브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40달러로 책정되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경쟁작들은 PSN을 통해 귀찮게 들어갈 필요도 없고, 대부분 부분유료화 모델이라 굳이 40달러를 주고 해야 하는 Concord에 비해 경쟁작들의 절차적 가격적 진입 장벽이 훨씬 낮다.

3. 캐릭터 디자인 실패와 과도한 PC주의 강요
캐릭터 소개 영상 (c)concord twitter(x)


사실상 이것이 대중에게 다가온 가장 큰 이유로 예상되는데, 신규 게임을 어필하려면 홍보나 시연 영상에서 게이머의 수요를 끌어와야 한다. 그러면 아래 요소들이 주 고려 사항이다.

  1. 게임성이 엄청나 재미있어 보인다.
  2. 혁신적인 게임 시스템이 나타난다.
  3. 그래픽이 무시무시하다.
  4.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5. 게임 분위기와 스토리의 흡입력이 높다.

여기서 Concord는 1~3번에서 특별함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러면 남은 것은 4번과 5번인데.. 게임 역사에 남을 완벽한 반면교사의 사례를 만들고 말았다.

캐릭터들이 대부분 비호감으로 생겼다. 정치적 올바름을 차치하고 객관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손에 꼽는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못생긴 외계인 조연들만 모아놓은 느낌.

캐릭터가 매력적이거나 자기만의 개성을 확보한 다음 정치적 올바름 사항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아무 부담이 없는데, 역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고려한 다음 캐릭터를 디자인한 방향성의 오류가 있다.

캐릭터들과 각자의 의상 등에서 배색이 서로 어울리지 않고 난잡한데, 이유는 LGBTQ 색상을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캐릭터를 디자인했기 때문에 캐릭터가 내부적으로 자기만의 색을 갖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직관적으로 캐릭터의 설정이나 디자인이 게임 내 역할군과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도 미묘한 점이다. 즉 게임에 PC를 부드럽게 녹이는 데 실패한 것이다.

PC 염두가 싫은 것이 아니다.
PC만 염두하는 것이 싫은 것.


PC가 나쁜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Fireman이 Firefightet로 변화한 것처럼, 특히나 단어에 성별이 있는 서구권의 경우 더 필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그리고 성별이나 장애 뿐 아니라 나이나 상대적 약자를 돌보는 선사시대 이래 인류 공동체의 배려심과 연결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Old Person이 Senior Citizen으로 순화되듯이.

또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의미로서도 PC는 중요하다. 가령 태평양의 고립된 섬에서 어떤 부족이 선조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신비의 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무로 같모습만 비슷하게 만들어 열성적인 종교의식을 진행한다고 하자. 그리고 이 섬을 방문한 손님인 당신에게 자랑스럽게 선조들의 얼을 이야기한다. 당신은 여기서 그 부족이 만든 건 단순한 "나무도막"에 불과하고 "신비의 새"는 사실 "비행기"이며 이러한 종교의식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현상을 Cargo Cults라 함 (c)openanthroencyclopedia


PC는 배려이다. 그리고 PC 또한 무조건적인 적용이 아니라 Non-PC를 배려하며 적용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른 Concord의 사례가 나올 것이다.